뉴욕시 거리의 황금빛 오후

 


 노란 택시의 경적 소리가 좁은 골목 사이로 울려 퍼진다. 나는 보도 가장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올린다. 건물들 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마치 거대한 바늘처럼 하늘을 찌르며 서 있다. 회색빛 석조 건물들이 양쪽에서 벽처럼 늘어서 있어 하늘은 길게 잘린 한 줄의 파란색으로만 보인다.

나는 천천히 골목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발밑의 아스팔트는 수많은 발자국과 타이어 자국으로 거칠게 닳아 있다. 신호등이 바뀌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들이 앞으로 밀려 나가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물 흐르듯 이어진다. 바로 옆을 노란 택시 한 대가 스치듯 지나가면서 따뜻한 배기가스 냄새가 공기 속에 남는다.

왼쪽에는 작은 피자 가게가 있다. 창문 너머로 오븐 불빛이 붉게 흔들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치즈와 토마토 소스 냄새가 거리로 흘러나온다. 가게 위에는 오래된 네온사인이 깜빡이며 “PIZZA”라는 글자를 반복해서 밝힌다. 그 불빛이 벽돌 건물의 표면에 붉은 색을 얹는다.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그 냄새를 들이마신다.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도시의 냄새라는 느낌이 든다.

오른쪽 건물 외벽에는 검은 철제 비상계단이 층층이 붙어 있다. 계단 그림자가 벽에 겹겹이 내려앉아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다. 위를 올려다보면 창문마다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창에는 커튼이 반쯤 열려 있고, 어떤 창에는 화분이 놓여 있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리의 소리는 하나의 거대한 합창처럼 섞인다. 자동차 엔진, 신호등의 전자음, 멀리서 들리는 지하철의 진동,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 영어, 스페인어, 알아듣기 힘든 다른 언어들까지 서로 뒤엉켜 흐른다. 나는 그 소리 속을 지나가는 하나의 작은 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햇빛은 이미 건물 사이로 낮게 기울어 있다. 골목 절반은 그림자에 잠기고, 나머지 절반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햇빛을 받은 택시의 노란색이 유난히 밝게 보인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긴 그림자가 늘어지며 보도를 따라 흘러간다.

나는 다시 한 번 위를 본다.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첨탑이 저녁빛 속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이 거대한 도시의 중심 어딘가에 서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 난다.

사람들은 계속 걷고, 차들은 계속 지나간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골목의 끝 어딘가에서 또 다른 뉴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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