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뷰 병원 응급실의 바쁜 순간

 나는 자동문 앞에 서 있다. 유리문 너머로 붉은 EMERGENCY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밤인데도 병원 안은 낮처럼 밝다. 자동문이 “쉬익” 소리를 내며 열리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특유의 병원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소독약과 약품, 그리고 오래된 공조기의 금속 냄새가 섞인 냄새다.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마자 소리가 쏟아진다. 모니터의 삐삐 하는 경고음, 바퀴 달린 침대가 바닥을 긁으며 지나가는 소리, 누군가 급하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내가 서 있는 입구 바로 옆에는 간호사가 컴퓨터 앞에 서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파란 스크럽을 입은 그녀의 어깨 위로 모니터 빛이 희미하게 번진다.

정면을 보니 응급실 내부가 길게 펼쳐져 있다. 양쪽으로 침대들이 늘어서 있고, 환자들이 담요를 덮은 채 누워 있다.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있고, 어떤 사람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천장을 바라본다. 의료진들은 그 사이를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며 누군가에게 짧게 지시를 한다.

“혈압 다시 확인하세요.”

그 말은 공기 속에 잠시 떠 있다가 금세 다른 소리들 속에 묻힌다.

내 오른쪽에는 Triage Registration이라고 적힌 창구가 있다. 경찰관 한 명이 문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의 어깨에는 NYPD 글자가 크게 보인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서 있지만, 눈은 계속 주변을 훑는다. 누군가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흥분해서 소리를 지를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안쪽에서는 들것이 빠르게 지나간다. 두 명의 간호사가 밀고 있고, 그 위에는 산소 마스크를 쓴 환자가 누워 있다. 바퀴가 바닥을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덜컹 소리를 낸다. 의료진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다. 이곳에서는 모든 동작이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형광등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빛이 너무 밝아서 그림자가 거의 없다. 모든 것이 노출된 느낌이다. 비밀이나 숨길 곳이 없는 공간 같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바라본다. 여기에는 여러 종류의 시간이 동시에 흐르는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몇 분이 생사를 가르는 순간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길고 지루한 대기 시간이다.

내 왼쪽에서는 누군가 낮게 신음하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의료진이 조용히 웃으며 짧은 대화를 나눈다. 긴장과 일상이 이상하게 섞여 있다.

나는 다시 입구 쪽을 바라본다. 자동문이 또 한 번 열리며 누군가가 급히 들어온다.

이곳은 멈추지 않는다.
밤이 깊어도, 도시가 잠들어도, 이 응급실 안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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